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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이 바뀌면 달도 변한다

by 지평(地平) 2020. 12. 17.

Photo by Kitera Dent on Unsplash

'손가락이 아니라 달을 봐야지' 라는 말이 있다. 단어나 문장이 지시하는 표면적인 내용보다 그 말이 가르키는 본질적인 대상을 봐야한다는 의미로 쓰인다. 손가락 보다는 달이 중요하다는 거다. 

최근 나는 커뮤니티의 멤버십 서비스를 어떻게 만드는지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새로운 손가락을 만날 때마다 달이 바뀌는 경험을 하고 있다.

특히 서비스의 발전에 공헌한 이용자는 '특별 대우'를 하고 이를 이용자들 사이에 분명히 드러내주어야 한다. 충성심을 갖고 이용해온 사람이 그렇지 않은 일반 사용자와 같은 대우를 받으면 서비스에 대한 열광과 애정이 식어버릴 것이다. 공헌도에 따라 차별화되는 서비스와 할인 등을 준비하고 서열 관계를 만들어놓는다. 온라인 서비스라면 '랭킹'이고, 오프라인 서비스라면 '골드 회원'같은 서비스이다.

<머니 2.0>애서는 '랭킹', '골드 회원' 같이 회원 등급을 나누고, 등급별로 차등적인 혜택을 주는 시스템을 이야기한다. 이 내용을 읽고 나는 네이버 카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처럼 커뮤니티 활동량이나 기여도에 따라 등급을 나누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할까 생각했다.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다면, 레퓨테이션을 설계하세요>

  1. 소셜 구조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레퓨테이션을 드러내길 기대하고, 다른 사람들의 레퓨테이션도 (쉽게) 알아볼 수 있기를 바란다.
  2. 기본적으로 '레퓨테이션 시스템'은 바람직한 행동을 추적하고, 그 행동을 공개적으로 알린다. 따라서 잘 디자인된 레퓨테이션 시스템은, '바람직한 행동을 정의하는 일'에서부터 출발한다.
  3. 커뮤니티의 참여자들은 커뮤니티 내에서 자신의 성장, 즉 자신이 얼마나 진전했는지 또는 얼마나 깊이 있게 커뮤니티와 그 안의 정보들과 상호작용했는지를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커뮤니티 내에서 누가 더 경험을 많이 혹은 적게 쌓고 있는지 이해하는 데 이 (레퓨테이션) 측정법을 사용하여 회원들을 비교하기도 한다.
  4. (그리고) 사용자들은 사이트에서 매우 탁월한 회원들을 확인하고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란다.
  5. (그러니 각각의) 레벨마다 고유한 이름을 붙여라. 다만, 재미있고 친근한 느낌이 드는 것이어야 한다.
  • 크리스천 크럼리시&에린 멀론, <소셜 인터페이스 디자인> 중

<소셜 인터페이스 디자인>은 '레퓨테이션 시스템'이라는 다른 손가락을 제시한다. 등급 나누기라는 말이 운영자 중심에서 자기네 커뮤니티를 이롭게 한 정도에 따라 회원을 구분한다는 의미라면 '레퓨테이션 시스템'은 회원들이 마땅히 받아야할 제대로된 이름을 찾아 불러준다는 의미가 느껴진다. '레퓨테이션'이라는 새로운 손가락을 통해 나는 커뮤니티 운영 주체가 아니라 참여자를 중심에 놓고, 참여자가 자신을 드러내길 원하는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호칭을 만들어야 겠다는 쪽으로 생각이 전환되었다.

<트렌드 코리아 21> 에는 2021년의 트렌드로 '레이블링 게임'을 제시한다.

레이블링 게임은 타인과의 공유와 비교를 통해 자기 정체성을 찾는 것이다. 최근 유행하는 다양한 MBTI 유사 검사는 놀이 같이 재밌게 즐기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공유하는 '레이블링 게임'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이 '레이블링 게임'이라는 손가락을 만나서 커뮤니티 멤버십 시스템에 대한 나의 생각은 또 한 번 바뀌게 되었다. 레퓨테이션 시스템에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게임' 같은 요소도 가미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진 것이다.

커뮤니티 멤버십에 대해 고민하면서 만나는 서로 다른 손가락들 덕분에 내 마음 속 달의 모습이 점점 더 정교해 지고 있다. 손가락이 바뀌면 달의 모습도 바뀐다. 달이 하나라고 단언하지 말고 다양한 손가락을 접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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